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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성북구 한책읽기 최종후보도서 선정 후기

책깨비 2020. 6. 19. 16:10

어제(6.18.) 2020 성북구 한책읽기 최종후보도서 4권이 선정되었다.

1.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2. 벌새, 김보라 외
3. 단순한 진심, 조해진
4. 허구의 삶, 이금이

작년까지는 소설, 그것도 순문학으로만(청소년소설 포함) 선정되었는데, 올해는 최종후보도서의 면면이 색다르다. SF(김초엽), 시나리오(김보라), 소설(조해진), 청소년소설(이금이). 이렇게 세부 장르도 구분된다.
특히 시나리오의 선정이 두드러진 특징이라 하겠다. 이런 결과를 보며 한편으론 씁쓸했다. '영화로 제작된 걸 굳이 시나리오로 봐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좋은 시나리오에서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건 맞지만, 영화가 영상예술인 이유는 시나리오와 영화로 구현된 것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밋밋한 대화밖에 없는 시나리오가 영화로 구현되면서 배우의 연기력과 감독의 연출능력을 통하여 얼마나 다양한 변수가 추가되는지 우리는 짐작할 수도 없다. <벌새>가 각종 영화제에서 이런저런 상을 휩쓸었던 건 나같은 영상예술 무지렁이는 알 수 없는 다양하지만 그리 특별하지 않은 시각적 구현방식 또한 더해졌기 때문일거다. 씁쓸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이제 문자의 시대는 확실히 저물고 있으며, 그 속도도 더욱 빨라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독서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글밥이 많은 소설보다 글밥이 적어 읽기 수월한 시나리오를 선택한다는 건 현재 우리들의 '읽기 역량'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라 하겠다.

코로나 시국에 강행한 탓도 있겠으나 올해 한책 후보도서 선정과정은 나에게 힘들었다. 감투를 쓰는 바람에 4권 후보도서 선정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웠던 탓일게다. 4권 후보도서 선정은 운영위의 지분이 75%나 되므로(25% 구립도서관 사서) 운영위 고유의 권한이다. 작년에 운영위원을 처음 하면서 4권 선정의 중요성을 여러모로 실감했기 때문에 책 선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토론기간 5주+ 선정투표일까지 다시 1주 -> 도합 6주동안 책을 꼼꼼하게 꾸역꾸역 여러 차례 읽었다. 저자 사인이 있는 증정본을 받을 때마다 '귀한 책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중히 읽겠습니다'라 답문자를 보낸다. 저자가 자기 새끼를 바라보는 심정으로 6주를 보내려 했고, 10권 후보도서를 진심으로 소중하게 읽으려 노력했다.

결과가 내맘대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끝나서 후련하다.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지 몸살기가 살짝 올라오는데,
주말내내 뒹굴뒹굴 쉬고 싶은데,
4권 선정 회의가 끝나자마자 '분과회의 일정 잡아야 해요...'라 부분과장이 넌지시 일러주고 갔다는....